Mein Tag/순이네 손녀 9

9 그래 9월이다 낙엽이 벌써

8월 마지막 주에 낙엽을 봤다우두두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겨울을 오는 것을 느끼는데여름이 이제 가는데 낙엽이 저리 후두두 떨어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  오묘한 기분계절을 돌릴 수 있나?모기도 가을에 오신다네우글우글 거리신단다 정작 겨울 앞 가을이 되면산은 대머리가 될려나?강원도 산은 벌써 나무들이 아파서 듬성듬성 산듬성이가 되어 버렸고그나마 가을이 되면노란 도로 조명 때문에 저녁이 밝아서은행 잎 노랑 카페트를 참 좋아하는데올해는 레드 카페트가 벌써 깔려 버렸으니흠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네 이대로 가면 2150년에 인류가 멸종 할 수도 있단다6대 멸종에 최고 포식자는 분명 멸종이라는데그나마 지금부터 뭔가 하면 막을 수도 있다는데할까?전 세계를 설득할 대단한 수사학의 영웅이라도 나와야 할 듯

8 해피하게 업무를 무겁게

할매 할매는 장사를 했지? 누구 밑에서 일해 본 적 없지? 할매는 이해가 갈라나? 직장에는 유독 상사에게 잘 하는 직원이 있어. 보통은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고. 뭐랄까? 잘 나가고 싶은 야망있는 직원, 이른바 줄 잘 타야 승진도 잘 하고 돈도 잘 만질 수 있다고 믿는 직원, 혹은 피해보기 싫어서 보스에게 잘 보여야 덜 손해 볼 것 같으니까, 알아서 잘 하는 직원, 가끔은 정말 상사에게 알아서 기는 것이, 그런 것이 부학 직원의 도리라고 믿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직원도 아직 있어. 할매는 알겠지만 난 아랫 동네에서부터 진즉에 그런 과는 아니잖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리 큰 회사에 근무하지 않아서 난 승진이나 호봉이나 인센티브 이런 것들에는 해당사항이 없지. 하지만 가끔 일의 크기와 책임 또는 부담을 어는..

7 책 있어요?

할매, 내가 최근에 무슨 말을 들었게? 교실 문 열고 학생이 들어오더니, "티처, 책 있어요?" 그러데, 모른척 하고 "무슨 책?" 그랬더니 "어, 그 책요" "있지" 그러더니, "아, 네" 그러구 그냥 가더라 ㅋㅋㅋㅋ 이게 무슨 시츄에시션이게? 초5,6, 중 1, 2 뭐 요즘은 학년 차이가 없어. 그냥 개인 가정 차이인 듯 한데, 그냥 저냥 애들이 싫은 소리도 듣기 싫고 외국 물 좀 먹은 애들은 부탁하기도 싫어해. 너무 고마운 것도, 너무 미안한 것도 그저 다 싫은 듯. 본인이 정작 무슨 이유로 책을 가져 오지 않았지만 애써 설명하기도 싫고, 변명하기는 귀찮고, 자존심 상하고 더 대박은 본인 입으로 그 사실 조차도 언급하기 싫다는 거야. 시인도 아니면서 저만큼, 글자 수도 몇 자 안 되는 말인가, 단어..

6 2024 여름

아, 너~~~무 덥다 양산, 선글라스, 선크림, 그리고 인견 여름이 겨울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템을 요구한다. 할매,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년에도? 집 벽지에 곰팡이가 쓸어서 얼마나 청소를 했는지, 화장실은 어떻고, 아 정말 별 짓을 다 했네. 결국은 방수 코팅으로 잠시 한 숨 돌렸네. 에어컨 청소비는 너무 비싸서 뿌리는 것을 찾아서 일단 사용 중이고, 하다하다 찾다 찾다가 실내온도 유지 해 준다는 투명 시트도 샀다. 이건 또 얼마나 비싼지. 여름은 수박, 얼음, 그늘로, 에어컨이 있음 무한 감사였던 여름은 정말 타임 캡슐에만 있는 전설이 되어 버렸네. 아 정말 여름이 얼마나 더우면 모기가 다 숨어서 가을에 우글 거릴 꺼라네. 코로나도 다시 도지고, 특히 페렴이 너무 심각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주 ..

5 순이네 손녀 면접 대화

"별로 안 떠는 것 같네요?" 면접관 중 한 명이 물었다. "아" 순간 머리에 스치는 여러가지 생각 중 '한국 사회에서 보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스치자 바로 결심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살짝 수줍어 하면서. "사실은 속으로 엄청 떨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엔 당당해 보여도, 많이 긴장됩니다." 세계적 제약회사 면접 때, 나도 모르게 그런 민첩함이 생겼다. 연기력이 이렇게 좋다니. 상확적 연기는 타고 났다고 느낄만큼 재빠른 몸짓 변화. '여자는 좀 세게 보이면 안 되겠다. 부드럽고 융화가 잘 되면서 살짝 겸손한 척 하면서, 착하기까지 해야 직장이 생길 것이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참 나 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 초반에 순이네 손녀는 그렇게 갈등을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위치, 직장에서 ..

4 순이네 손녀 여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 위안부 피신용 결혼이었단다. 할머니 댁이 유복하고 동네 유지정도 였고 할아버지는 양반가나 아주 가난했단다. 성질 고약하기로 유명한 안동 김씨네 할아버지는 뭐가 없어도 본인 배운 지식이 대단하다고 믿으며 할머니 댁에서 받은 것이 훨씬 많아도 절대 꿀리지 않고 큰 소리 치고, 남 위에 군림하기를 좋아했다. 뭐든 시키고 명령하고 다시 하라 시키고 또 혼내고 화내고, 포악했다. 여름이 오면 성질도 못 이기지 더위도 못 이기지, 그러면서 입맛 없다고 땡초를 고추장에 꼭 찍어서 먹고, 꽁보리밥을 먹어야 제맛이라며 어찌나 반찬 투정, 간섭을 하시던지 할머니가 여름만 오면 정말 피곤해졌다. 옷을 더했다. 땀을 땀을 얼마나 흘리는지 부채와 얼음, 모시, 삼베가 늘 있어야 했고 그 놈의 모시..

순이네 손녀 3

여름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숨 쉬기도 힘들 때, 순이네 할아버지는 그렇게 미역냉국과 보리밥에 땡초를 즐겨 드셨다. 더위를 특히 더 타는 할아버지 덕에, 순이네 할머니는 너무 바빴다. 나팔꽃이 활짝 입을 열면 곧 할머니는 할아버지 삼베 옷을 풀 먹이고 다리고, 아주 난리 브루스의 연속인 하루하루를 보냈다. 클린 프릭, 청결 대마왕 할아버지는 그 더위에 목이 시뻘겋게 타오느는데도 아침, 점심, 저녁 청소를 했고, 온 갖 이불을 털고, 걸레를 빨아 널고 했다. 순이네 손녀는 고기 알레르기가 있었다. 의사 말로는 10년, 20년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꺼라고 했으나, 아직은 고기 한 점에 온 몸에 빨간 부스러기가 나고 근지러워, 손녀딸은 정말 고기를 한 점도 안 먹는데 이미 익숙해 진 상태로 살아갔다. 여름이면 ..

순이네 손녀 2

엄청 더운 여름날이었나부다. 순이네 손녀는 고기 알러지가 있었다. 그래서 할먼니, 고모들이 항상 온천에 데려가서 피부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녀는 참 뜨거운 것을 싫어했다. 특히 물이 가득한 뜨거운 탕은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부산 온천장. 많은 사람들이 거기 물이 좋다고 피부병이 낫는다고 했나부다. 순이 할머니는 교회도 다니고 주님도 믿지만, 민간 요법, 소문에 아주 강한 편이었다. 기어코 손녀를 데기로, 온천을 갔고. 거기서 도망하는 손녀를 잡고 계속 물에서 버티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순이네 손녀는 고집도 쎘고, 싫은 것은 정말 끝가지 안하고 마는 성격이라, 할머니 손을 뿌리치고 온천 욕탕을 뛰쳐 나왔다. 고작 5살 정도 밖에 안되 손녀딸이 너무 완강하게 거부를 하니,..

순이네 손녀 1

순이네 손녀는 참으로 맹랑했다. 할머니 이웃분들이랑 점심을 먹는데, 서서 계속 두리번 거리고 앉지를 않았다. "아야, 앉으라, 와 서있노, 밥 묵그야지" 손녀 딸은 순이 할매를 보고 "할매 방석이 없다. 그래서 못 앉겠다" 온 동네 할매들이 박수를치면 그랬다 "아이고야 누구 손녀딸인지 귀하게 컸네. 깔끔 떠는거 봐라. 하하하 어디가서 대접 받것다." 순이네 손녀는 방석을 받고서는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 참 까칠한 소녀로 커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