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 위안부 피신용 결혼이었단다. 할머니 댁이 유복하고 동네 유지정도 였고 할아버지는 양반가나 아주 가난했단다. 성질 고약하기로 유명한 안동 김씨네 할아버지는 뭐가 없어도 본인 배운 지식이 대단하다고 믿으며 할머니 댁에서 받은 것이 훨씬 많아도 절대 꿀리지 않고 큰 소리 치고, 남 위에 군림하기를 좋아했다. 뭐든 시키고 명령하고 다시 하라 시키고 또 혼내고 화내고, 포악했다.
여름이 오면 성질도 못 이기지 더위도 못 이기지, 그러면서 입맛 없다고 땡초를 고추장에 꼭 찍어서 먹고, 꽁보리밥을 먹어야 제맛이라며 어찌나 반찬 투정, 간섭을 하시던지 할머니가 여름만 오면 정말 피곤해졌다.
옷을 더했다. 땀을 땀을 얼마나 흘리는지 부채와 얼음, 모시, 삼베가 늘 있어야 했고 그 놈의 모시 삼베는 풀도 먹이고 잘 널어서 말리고, 똑바르게 선이 살아 있어야 하고, 피곤피곤, 정말 피곤의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할머니가 그래도 그 모시 삼베 저고리 바지 다 해서 입혀드린 것 생각하면 손녀는 미친 결혼이란 생각을 자주 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살지? 라는 생각을 했고 늘 할머니께 이혼하라 했지만, 할머니는 자식 때문에라며 기도만 하셨다.
손녀는 가끔 수박을 건내주던 할아버지 손이 생각 나지만, 그립거나 좋은 기억은 아니고, 할머니의 극한 직업이었던 여름 생각이 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