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떠는 것 같네요?"
면접관 중 한 명이 물었다.
"아"
순간 머리에 스치는 여러가지 생각 중 '한국 사회에서 보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스치자
바로 결심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살짝 수줍어 하면서.
"사실은 속으로 엄청 떨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엔 당당해 보여도, 많이 긴장됩니다."
세계적 제약회사 면접 때, 나도 모르게 그런 민첩함이 생겼다. 연기력이 이렇게 좋다니. 상확적 연기는 타고 났다고 느낄만큼 재빠른 몸짓 변화.
'여자는 좀 세게 보이면 안 되겠다. 부드럽고 융화가 잘 되면서 살짝 겸손한 척 하면서, 착하기까지 해야 직장이 생길 것이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참 나 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 초반에 순이네 손녀는 그렇게 갈등을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위치, 직장에서 튀지 않는 여성, 어떤 상항에서도 부드러워야 하는 여성, 등등 불편함이 구조적으로 나를 건들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그래 할매야, 그랬다. 좋은게 좋은 거고, 두리뭉실해야 한다는 그 고정 관념과 나의 자아 속에서 이래저래 돌고돌고 헤매고 그러기 시작했다. 할매는 더 심했겠지. 자유로우면 안 되는 그 사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