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 위안부 피신용 결혼이었단다. 할머니 댁이 유복하고 동네 유지정도 였고 할아버지는 양반가나 아주 가난했단다. 성질 고약하기로 유명한 안동 김씨네 할아버지는 뭐가 없어도 본인 배운 지식이 대단하다고 믿으며 할머니 댁에서 받은 것이 훨씬 많아도 절대 꿀리지 않고 큰 소리 치고, 남 위에 군림하기를 좋아했다. 뭐든 시키고 명령하고 다시 하라 시키고 또 혼내고 화내고, 포악했다. 여름이 오면 성질도 못 이기지 더위도 못 이기지, 그러면서 입맛 없다고 땡초를 고추장에 꼭 찍어서 먹고, 꽁보리밥을 먹어야 제맛이라며 어찌나 반찬 투정, 간섭을 하시던지 할머니가 여름만 오면 정말 피곤해졌다. 옷을 더했다. 땀을 땀을 얼마나 흘리는지 부채와 얼음, 모시, 삼베가 늘 있어야 했고 그 놈의 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