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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해피하게 업무를 무겁게

할매 할매는 장사를 했지? 누구 밑에서 일해 본 적 없지? 할매는 이해가 갈라나? 직장에는 유독 상사에게 잘 하는 직원이 있어. 보통은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고. 뭐랄까? 잘 나가고 싶은 야망있는 직원, 이른바 줄 잘 타야 승진도 잘 하고 돈도 잘 만질 수 있다고 믿는 직원, 혹은 피해보기 싫어서 보스에게 잘 보여야 덜 손해 볼 것 같으니까, 알아서 잘 하는 직원, 가끔은 정말 상사에게 알아서 기는 것이, 그런 것이 부학 직원의 도리라고 믿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직원도 아직 있어. 할매는 알겠지만 난 아랫 동네에서부터 진즉에 그런 과는 아니잖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리 큰 회사에 근무하지 않아서 난 승진이나 호봉이나 인센티브 이런 것들에는 해당사항이 없지. 하지만 가끔 일의 크기와 책임 또는 부담을 어는..

7 책 있어요?

할매, 내가 최근에 무슨 말을 들었게? 교실 문 열고 학생이 들어오더니, "티처, 책 있어요?" 그러데, 모른척 하고 "무슨 책?" 그랬더니 "어, 그 책요" "있지" 그러더니, "아, 네" 그러구 그냥 가더라 ㅋㅋㅋㅋ 이게 무슨 시츄에시션이게? 초5,6, 중 1, 2 뭐 요즘은 학년 차이가 없어. 그냥 개인 가정 차이인 듯 한데, 그냥 저냥 애들이 싫은 소리도 듣기 싫고 외국 물 좀 먹은 애들은 부탁하기도 싫어해. 너무 고마운 것도, 너무 미안한 것도 그저 다 싫은 듯. 본인이 정작 무슨 이유로 책을 가져 오지 않았지만 애써 설명하기도 싫고, 변명하기는 귀찮고, 자존심 상하고 더 대박은 본인 입으로 그 사실 조차도 언급하기 싫다는 거야. 시인도 아니면서 저만큼, 글자 수도 몇 자 안 되는 말인가, 단어..

6 2024 여름

아, 너~~~무 덥다 양산, 선글라스, 선크림, 그리고 인견 여름이 겨울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템을 요구한다. 할매,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년에도? 집 벽지에 곰팡이가 쓸어서 얼마나 청소를 했는지, 화장실은 어떻고, 아 정말 별 짓을 다 했네. 결국은 방수 코팅으로 잠시 한 숨 돌렸네. 에어컨 청소비는 너무 비싸서 뿌리는 것을 찾아서 일단 사용 중이고, 하다하다 찾다 찾다가 실내온도 유지 해 준다는 투명 시트도 샀다. 이건 또 얼마나 비싼지. 여름은 수박, 얼음, 그늘로, 에어컨이 있음 무한 감사였던 여름은 정말 타임 캡슐에만 있는 전설이 되어 버렸네. 아 정말 여름이 얼마나 더우면 모기가 다 숨어서 가을에 우글 거릴 꺼라네. 코로나도 다시 도지고, 특히 페렴이 너무 심각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주 ..

5 순이네 손녀 면접 대화

"별로 안 떠는 것 같네요?" 면접관 중 한 명이 물었다. "아" 순간 머리에 스치는 여러가지 생각 중 '한국 사회에서 보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스치자 바로 결심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살짝 수줍어 하면서. "사실은 속으로 엄청 떨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엔 당당해 보여도, 많이 긴장됩니다." 세계적 제약회사 면접 때, 나도 모르게 그런 민첩함이 생겼다. 연기력이 이렇게 좋다니. 상확적 연기는 타고 났다고 느낄만큼 재빠른 몸짓 변화. '여자는 좀 세게 보이면 안 되겠다. 부드럽고 융화가 잘 되면서 살짝 겸손한 척 하면서, 착하기까지 해야 직장이 생길 것이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참 나 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 초반에 순이네 손녀는 그렇게 갈등을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위치, 직장에서 ..